비선실세 최순실(61) 씨와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내연관계로 보였다는 주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최순실의 최측근 중 한명이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입을 통해서다.
국정농단 사건 초기에도 고영태씨와 최순실이 남녀관계였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더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말했다.
차은택씨는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도 최순실과 고영태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고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청문회에 같이 참석했던 고영태씨는 최순실과의 '남녀관계' 주장에 대해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강력 부인했다.
이날 헌재 변론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차은택씨에게 "검찰에서 최순실 씨와 고영태 전 이사가 내연 관계라고 진술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차은택씨는 "그렇게 추측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어 "고영태 전 이사가 아침에 만나자고 해 식당에 갔더니 최순실씨와 고영태 전 이사가 붙어 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내연관계를 의심했다고 진술했느냐"고 물었고 차은택씨는 "일반적인 상황처럼은 안 보였다"고 답했다.
차은택씨는 단정적으로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남여관계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계속해서 "고영태 전 이사가 최순실 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한 것은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차은택씨는 "그렇다"고 진술했다.
차은택씨는 "두 사람의 상황을 보고 자신이 느낀 감정을 검찰에 진술한 것"이라며 고영태-최순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더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고영태씨는 한 때 최순실의 최측근이자 사업적 동지로 한배를 탄 사이였지만, 최씨와의 관계가 비틀어지면서 국정농단 관련 사실을 언론에 제보해 결과적으로 국정농단 게이트를 촉발한 장본인이다.
지난달 7일 진행된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은 고영태씨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경위를 설명했다.
고영태씨는 2015년 초 TV조선 이모 기자에게 최순실과 차은택 관련 자료를 제보했다고 한다.
TV조선측은 이를 1년6개월만인 지난해 7월 비로소 보도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대기업 강제 모금을 통해 설립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당시 TV조선 보도 내용 중에는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미르-K스포츠재단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한 각 언론사들의 취재경쟁이 시작됐고, 지난해 9월 중순 한겨레가 미르-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비선실세 논란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JTBC가 "최순실(회장님)의 취미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는 고영태씨의 발언과 '최순실 태블릿PC파일'을 보도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본격화됐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고영태씨를 가르켜 "판도라의 상자를 연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고영태씨는 2012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가방 때문에 최순실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고영태씨는 당시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인으로부터 가방 신상품을 보여달라는 부탁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최순실을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고영태씨는 최순실씨의 주문으로 박근혜 대통령 전용 가방 30~40개와 옷 100여 벌을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는 보통 이상으로 돈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는 고영태씨와 나이차이가 20년이나 나는데도 서로 반말 비슷하게 대화를 했다는 주변 인물들의 말이 흘러나왔다.
차은택씨는 국회 청문회에서도 최순실과 고영태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굉장히 가까운 관계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청문회에 같이 참석한 고영태씨는 최순실과의 '남녀관계' 주장에 대해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고 강력 부인했다.
최순실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고영태씨가 차은택씨와 함께 자신을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국정농단 사태 자체가 고영태씨와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이 벌인 일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한 때 최고의 파트너였던 고영태씨와 최순실씨의 관계가 이처럼 극단적인 원수관계로 급선회한 것은 왜일까?
고영태씨가 스스로 밝힌 이유는 평소 최순실씨가 지나치게 독선적이었고 '갑질'을 일삼았다는 점을 들었지만 불만이 폭발한 결정적 계기는 '정유라의 강아지' 때문이었다.
2014년 말 최순실이 고영태씨에게 정유라의 강아지를 잠깐 맡겼는데, 며칠후 최순실이 이 강아지를 찾으러 갔다가 고씨가 마침 골프장에 가는 바람에 못 찾고 돌아왔다는 것.
이 일로 최순실씨는 격분했고, 결국 고영태에게 심한 갑질발언을 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고영태씨는 이 일을 계기로 '욱'하는 마음에 언론에 국정농단 자료를 제보했다는 것이다.
고영태는 최순실이 평소에도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고 막말하고 종 부리듯 했다"고 말했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정유라 강아지 건으로 폭발한 셈이다.
고영태는 "2015년 초 TV 조선에 대통령 순방일정과 차은택의 기업 자료, CCTV 자료 등 여러가지를 가져 갔다"고 말했다.
차은택씨는 "최순실이 고영태의 집에 찾아갔다고 들었다. 집에서 물건과 돈을 갖고 왔고 그 돈이 최순실 본인의 돈이라고 해서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청문회에서 말했다.
고영태씨는 자신이 소개해 준 차은택씨를 최순실이 더 총애하면서 최순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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