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선장과 해경 잘못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현직 수석비서관의 이런 입장은 곧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사유 가운데 헌법위반 사항은 4개인데, 이중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국민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 포함돼 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수석은 세월호 참사 참사 책임을 해경과 선장에게 넘겼다. 김규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엔 국가안보실 차장이었다.
김규현 수석은 “세월호 사고 당일 10시30분 배가 이미 전복됐었다”며 “현장에 있던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탈출명령을 내렸다면 대형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가 해경과 교신하면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며 “해경과 선박 간 초동대처 훈련이 안 되어 있었다”고 했다.
김규현 수석은 “당일 10시30분 박 대통령이 해경청장에게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전원 구출하라’는 등 구조작업을 지시했다”며 “해경청장은 이미 구조작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는데도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박 대통령이 적절한 구조명령을 할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수석은 "과학적으로 배가 45도 이상 기울어지면 승객 구조가 힘들어진다. 사고 당일 10시30분, 세월호는 이미 50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했다.
김규현 수석은 또 “세월호의 화물 적재적량은 640톤이지만, 2140톤을 적재했다. 그 결과 빠른 속도로 배가 기울게 됐다”며 “선박회사가 기본을 지키지 않고 상업성에 매몰되면서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은 "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참사 당일 9시 30분까지가 사실은 (구조의) 골든 타임이었다"며 "9시 15분경 학생들에게 구명복을 입고 올라오라고 했으면 됐는데 (이준석 선장 등이) 자신들만 빠져 나갔다"고 참사의 일차적 책임이 선장 등에 있다고 했다.
김 수석은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박 대통령이 해경청장에게 특공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할 때 이미 구조작업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도 해경청장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세월호 사고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돌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김 수석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외국 사례와 김영삼 대통령 시절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고도 거론했다.
김규현 수석은 “미국의 9·11테러, 영국 지하철·버스 테러, 프랑스 파리 테러 등 사건이 발생했지만,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재난 및 테러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은 “선진국 시스템을 보면 (재난구조는) 현장에서 하는 것이라서 국가 원수 책임은 없다”면서 “모든 재난의 책임은 대통령이라는 주장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김규현 수석은 “세월호 참사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하는 논리는 국가의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성수대교 사고 때 대통령이 탄핵됐냐”고 되물었다.
김 수석은 세월호 당일 사고 인지부터 박근혜 대통령 보고까지 약 30분이 걸린 데 대해 “처음에 사고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4년 4월16일 9시33분에 해경에서 세월호 사고 첫 상황보고를 받고서 10시에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해경에서 처음 보고가 올라왔을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기에 정보가 부족해서 추가로 파악했다. 대통령한테 보고하는 문건이 1~2분 만에 나오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규현 수석은 “대통령이 특공대 투입을 지시한 때가 10시 반이었는데 적정한 지시를 한 것”이라며 “그러나 승객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9시 반까지라서 손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김규현 수석은 김장수 전 안보실장이 박 대통령 소재를 몰라 관련 보고를 집무실과 관저 등 두 곳에 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김 전 실장이 착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수석은 “안보실 보고는 기밀이라서 반드시 문서로 전달하는데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며 “통상 관저와 집무실 두 곳으로 보고 문서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규현 수석은 “제삼자가 들어올 틈이 없다. 세간에 나온 얘기는 얼토당토않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신문 말미에 세월호 참사 관련해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전화로 전원구출을 지시한 휴대전화 통화기록이 남아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규현 수석은 "당시 상황을 듣고 바로 (지시를)하기 때문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수석은 이어 "지시 내용을 전파해야 하기 때문에 저희가 지시받지 않은 것을 기록으로 남겨놓지는 않는다"며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지시한 건 남겨놨지만 송수신 상세기록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진성 재판관은 이에 "그렇다면 최원영 당시 고용복지수석과의 통화기록은 어떻게 남아있냐"고 물었고 김규현 수석은 "고용수석의 기록을 관련 부서에 전달하기 위해 남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장수 전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오전 10시 15분 경 전화를 통해 전원구출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와 관련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당시 통화기록을 제출하라고 요청했으나 추가 자료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세월호 참사 당일 자전거 보고설'에 대해서는 김규현 수석은 "자전거가 아니라 전동모터가 달린 수송수단"이라고 해명했다.
김규현 수석은 "자전거를 타고 가서 보고했다는 것은 잘못 말한 것이다. 상황병이 보고하러 갈 때 스쿠터와 같이 전동모터가 달린 수송수단을 이용한다"고 해명했다.
김장수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세월호참사 당일 본관 집무실과 관저에 보고서를 보냈다"고 밝히면서 보고 방법으로 "보좌관 중에 육군 중령이 있고, (평소) 보고서를 들고 뛰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의 이런 설명에 '위급한 상황에서 적절한 방법이냐'는 비판여론이 일었다. 전화만 해도 대통령 행방을 알 수 있는데,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는 비서관동과 청와대 관저 사이를 뛰거나 자전거로 가는게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김규현 수석은 "일반 보고는 모두 전산시스템으로 돼 있다"며 "수석들이 마지막으로 보고문건을 결재하면 바로 전산으로 보내기 때문에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국가안보실은 기밀사항이 있어서 전산으로 하지 않고 문서를 인쇄해 청와대 본관과 관저 2곳에 다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김규현 수석은 “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하고, 자주의식이 투철하다. 외교를 당당하게 못 하고 사대주의를 하냐고 꾸중을 많이 했다”면서 “대통령의 나라 사랑과 겨레 사랑은 누구보다 투철해서 통일과 탈북민 정책에 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수석이 박 대통령과 관련해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은 최순실이 최근 특검 압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다고 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전략적인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 본인도 한 인터넷방송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촛불집회에 "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이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결국 촛불집회와 특검 수사, 탄핵심판 등 박 대통령을 포위하고 있는 제반 상황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세력에 의한 음모라는 메시지를 보내 극우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에 김규현 수석도 가세했다는 분석이다.
김규현 수석은 서울대 치대 졸업 후 외무고시에 합격한 특이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1980년 외무고시 합격 이후 외교통상부에서 북미1과장, 주미 한국대사관 정무공사 등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들어 외통부 차관으로 발탁됐다. 차관 1년 만에 국가안정보장회의 사무처장을 거쳐 청와대 국가안보실 차장, 외교안보수석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 라인으로 입지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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