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진분홍 철쭉이 능선을 물들인다는
지리산 팔랑치.
그 아름다운 곳으로 가는 길목에서
팔랑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단, 일곱 가구 사는 작은 마을에
조상들이 대대로 살던 아궁이 흙집이 유독 눈에 띈다.
지리산의 영봉과 닮은 듯
높게 솟은 억새 지붕을 한 옛집에는
올해로 일흔 다섯이 된 김채옥 할머니가 산다.
지리산이 고향인 채옥 할머니는
꽃다웠던 열여덟 살, 팔랑 마을로 시집을 왔다.
결혼 한 지 4년 만에 남편은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채옥 할머니는 하나뿐인 아들과 먹고 살기 위해
남원 시내로 나갔고,
20년 전 다시 이곳 팔랑 마을로 돌아왔다.
바로 옆에 콘크리트 집을 두고도
200년 된 억새집이 편하다는 채옥 할머니.
가을이면 억새를 베고, 이듬해 봄에
새 억새로 지붕을 얹는 수고로움도 마다 않는다.
해가 갈수록 점점 힘에 부치는데도
억새집을 지키려고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향산천인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는 채옥 할머니는
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맑고 순수하다.
어느덧
일흔하고도 다섯 해에 서 있는 채옥 할머니.
그녀가 보낸 지난 1년의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사계절 아름답고 넉넉한 지리산의 품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출처=KBS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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