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더미가 만든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거대한 숲, 제주 곶자왈.겨우내 땔감이나 찾고 숯이나 굽던 불모지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다.
제주 곶자왈은 특정 지역명이 아니라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숲을 이룬 곳을 일컫는 제주 고유어다.
곶자왈은 제주도의 동부, 서부, 북부에 걸쳐 넓게 분포하며, 지하수 함량이 풍부하고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이다.
아내의 만류에도 기어이 쓸모없는 땅을 사들인 이형철 씨(57).
농사도 못 짓는 땅 뭐 하러 사냐는 주위의 비웃음 속에도 형철 씨의 눈에는 가시덤불 사이로 생명력 넘치는 숲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름에도 15도, 겨울에도 15도. 사계절 내내 푸른 숲 곶자왈엔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라고, 멸종위기의 동물들이 함께 살아간다.
무수한 생명을 품고 있는 곶자왈, 형철 씨는 곶자왈을 품기로 결심했다.
잘 나가던 은행원이자 두 아이의 가장으로 살아가던 형철 씨,47세에 갑작스레 찾아온 뇌경색과 두 번의 큰 수술... 수술 후 남은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오른쪽 몸과 병과 함께 찾아 온 우울증이었다.
그 때, 사람들을 피해 형철 씨가 숨어들어간 곳이 곶자왈. 형철 씨는 가시덤불이던 곶자왈에 길을 내기 시작했다.4년의 시간 동안 도면과 중장비 없이 맨손으로 일군 700m의 산책로.
버려진 땅은 형철 씨의 손에서 “환상숲”으로 다시 태어났지만 형철 씨는 곶자왈이 자신을 살렸다고 설토한다.
남자가 살린 숲, 숲이 살린 남자. 과연 버려졌던 땅 곶자왈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 돌 든 남편? 철 든 남편!
귤밭을 사달랬더니, 쓸모도 없는 돌밭을 덜컥 사왔단다. 그것도 없는 살림에 빚까지 내면서..
가난한 집에 남편하나 달랑 보고 왔더니 하나 있는 남편은 여간 속을 썩이는 게 아니다.
젊은 시절 만삭의 아내가 밥상을 낑낑 이고 있어도 본체만체 지나가기 일쑤였고, 출산이 코앞인데, 병원조차 함께 가주질 않았다.
그렇게 야속하기만 했던 남편이 하루아침에 갑작스레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성치 않은 몸으로 십 수 년 전 사뒀던 돌밭에 길을 낸다고 했을 때 은자 씨(57)는 남편이 정신이 나갔나 싶었단다.
행여나 인적 없는 숲에서 잘못되지는 않을까 은자 씨는 매일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그렇게 남편 형철 씨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숲,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던 숲의 유료화, 돈 내고 보러올 사람 없다던 곶자왈에 이상하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첫 해 5000명, 2년 째 1만명, 3년 째 2만명, 작년 7만명 까지..
무려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곶자왈을 찾아왔다.
더 이상 구경만 할 수 없던 은자 씨,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두 팔 걷어 남편 형철 씨를 도우기 시작했다.
남편의 선택이 옳았던 걸까? 버려진 숲이 활기를 띄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아버지의 숲으로 돌아온 딸
방학이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에 미쳤냐는 엄마의 말에도 멈추지 않았던 아르바이트,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시골집에 내려가 방학 내내 농사를 해야 할 터
세상에서 농사일이 가장 힘들었던 지영 씨(30)는 ‘절대 농부는 되지 않겠다’ 결심, 성인이 되자 취직을 핑계로 부모님 곁을 떠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영 씨가 몸담았던 일은 ‘농촌 컨설팅’. 촌이 싫다던 지영 씨는 남들의 촌(村)인생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부모님을 뒷전으로 뒀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영 씨.
‘잠깐 일손이나 돕자’하고 내려왔던 고향 제주도 일주일이 한 달, 한 달이 6개월이 되고..
오랜 고민 끝에 마침내 지영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3년 전, 한 방송에 나온 지영 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던 건 사실, 수방 씨가 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수방 씨 부모님의 열렬한 구애와 성화에 마지못해 밥이나 한번 먹자했던 제주 여자.
그 부모의 그 자식이라 했던가, 수방 씨 역시 지영 씨와 사랑에 빠졌다. 수방 씨는 지영 씨가 얼마나 예뻤던지 결혼 후 직장까지 팽개치고 1년 전 제주로 내려와 정착, 함께 숲 해설을 시작했다.
햇살 좋은 6월의 어느 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숲으로 들어가는 지영 씨. 그 옆으로 고운 한복 태를 뽐내는 어머니 은자 씨와 시어머니도 보이는데.. 1년 만에 다시 숲 속에 나타난 신랑, 신부의 사연은 무엇일까?
# 아버지의 숲을 지나 가족의 숲으로..
버려진 땅은 형철 씨로 인해 아름다운 숲으로 변모했고 숲은 그렇게 아버지의 생명을 되살렸다.
아버지의 숲으로 들어온 딸과 사위. 곶자왈은 차츰 아버지의 숲에서 가족의 숲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년 봄이면 숲에는 아기의 웃음소리가 더해질 예정이라는데..
곶자왈 중심부 한 편 오른쪽으로 감아 도는 칡나무와 왼쪽으로 감아 도는 등나무가 있다. 서로 뒤엉켜 화합하지 못하는 칡나무와 등나무의 모습을 보고 ‘갈등’이란 말이 생겼더랬다.
숲이 단순히 숲이 아니라 그 속에 인생이 있다는 형철 씨. 숲 속에서 아버지가 발견한 인생의 단상들을 딸 지영 씨가 하나, 둘 엮기 시작했다.
부녀가 엮어 내는 ‘환상숲 이야기’ 그 숲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오늘도 수십, 수백 명이 숲을 찾는다.
아버지가 일구고 아버지를 살린 치유의 숲 곶자왈, 오늘도 가족들은 아버지의 발걸음을 따라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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