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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사건이 일파만파다. 증권사의 관리부실 문제를 넘어 국내 주식거래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당장 1순위 피해자는 갑작스런 주가 급등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지만, 이런 경우 피해보상 방법도 명확하지 않다.

 

사고발생 이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관련 청원글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증권 유령주식 유통사건으로 개미투자자들이 알지 못했던 금융시장의 구조적이며 비열한 상황이 드러났다"고 규탄하는 취지가 대다수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아니라 검찰이나 특별검사 임명을 통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주장도 많다.

 

금융당국은 사건 발생 사흘만인 8일 오후에야 현안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 주재는 최종국 금융위원장이 아니라 김용범 부위원장이 했다.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점검회의에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회의 후 낸 보도자료에서 "삼성증권 배당 처리문제와 관련한 혼선으로 시장신뢰와 투자자 보호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금일 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했다"며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대해 월요일부터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삼성증권 특별점검에서 ▲ 삼성증권이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음에도 어떻게 우리사주의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처리를 할 수 있었는지 ▲ 일부 물량이 장내에서 매매체결까지 이루어질 수 있었는 지에 대해 집중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사고처리 경과 등을 확인해 전산 시스템 및 내부통제 문제 등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된 경우에는 관련절차에 따라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유관기관과 함께 삼성증권을 포함한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경우 한국거래소, 자체조사단과 공조해 관련 대량매도 계좌의 연계거래 등을 분석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었는 지 여부도 조사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의 발생원인을 근본적으로 진단해 주식시장의 매매체결 시스템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283만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금을 계좌별로 입금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주당 1000주의 주식 배당으로 처리해 28억3천만주를 우리사주 조합원들 계좌로 입고했다.

 

주식을 배당받은 삼성주식 직원 중 16명은 501만2천주를 장내 매도했다. 삼성증권의 현재 발행주식은 8930만주다.  총 발행주식의 5.6%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이 일시해 매도폭탄을 던진 셈이다.

 

장개장과 동시에 주가는 급락했고 오전 10시쯤에는 전일종가 대비 11.68%까지 하락폭이 커졌다. 이후 주가는 급반등해 전일 대비 3~4% 빠진 상태에서 거래되다가 최종적으로 3.64% 빠진 3만8350원에 마감됐다.

 

문제는 주가급등락 과정에서 누군가는 엄청난 피해를 보고, 누군가는 엄청난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장 시작과 동시에 주가가 급락한 만큼 영문을 알 수없는 개인 투자자들 다수가 공포심에 질려 매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매매 등 기계적 수법으로 매매를 하는 기관이나 큰손들도 자동 손절매로 손실을 봤을 수 있다.

 

반면에 삼성증권 주식을 공매도했거나 주식선물을 미리 매도했던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주식선물의 경우 주식보다 변동폭이 10배 정도 큰 만큼 당일 삼성주식선물 매도자의 경우 이론적으론 최고 120% 안팎까지 수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사고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주식거래시스템의 헛점을 잘 아는 인물이나 세력의 '조작'일 가능성도 배제할 없는 수 있는 이유다.

 

발행한도(1억2천만주)를 훨씬 넘어서 애초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일부는 거래된 셈이다.

 

이 바람에 이에 주가가 약 △12%까지 급락하는 등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정부도 일련의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의 잘못된 배당주식 매도는 공매도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금지된 유형의 공매도를 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의 중개기관을 통해 주식을 빌려(대차거래)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된다. 현재 증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상환할 수 있어 결제불이행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을 빌리지 않은채 먼저 팔고보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25일 이사회에서 현금 배당을 결의한 뒤 주총 승인을 거쳐 이날 주주들에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주식배당을 확인한 일부 직원들이 먼저 주식을 팔았고 뒤늦게 회사에서 기관들과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렸으므로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셈이다.

 

전산상 계좌에 숫자만 찍히면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6일 삼성증권 공매도는 58만8713주(226억7141만원)으로 평소보다 많이 늘기는 했지만 직원이 매도한 501만주에는 훨씬 못미쳤다. 실제 배당의 근거가 없는 유령주식이므로 공매도로 잡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이날 대차거래는 634만6476주로 사상 최대로 급증했다. 삼성증권이 급하게 기관으로부터 결제에 필요한 주식을 빌렸음을 알 수 있다.

 

주식배당은 물론 전환사채 등의 주식전환, 유·무상증자 등으로 상장이 예정된 경우 상장일 이틀 전부터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에서 신주 추가상장에 대한 공시가 된 다음날부터 공매도가 가능하다. 이번 사태로 추가상장 공시 없이도 매도가 가능한 것이 드러나 증권 매매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이 확인됐다. 신주발행의 원인이 되는 이사회 결의 등 행위와 절차가 없더라도 상장사의 전산 실수나 조작만으로 신주가 상장되고 바로 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시스템과 내부통제가 허술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발행주식 수를 넘어서는 주식이 입고돼도 시스템이 자동 거부하거나 최소한 경고 메시지가 떠야하는 게 정상이다. 또 삼성증권 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더라도 담당 부서에서 크로스로 다시 체크하는 과정이 없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시스템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와 유령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잇따랐고 수만 명이 동의한 상태다. 삼성증권 주가 급락으로 원인을 모른 채 동반 매도에 나서 손실을 본 일반 투자자들의 배상 문제도 숙제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