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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의눈물] 용인시+OSB저축은행 '갑질 협공'..난도질당한 ' 재일교포의 꿈

▲ 태원산업개발그룹글로벌 장건 대표이사. 장 대표는 OSB저축은행이 네이버에 넘기려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4만평 부지에 노인복지주택단지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2일 용인시장 앞으로 낸 탄원서에서 "외국계 은행과 재벌의 결탁에 의한 수익사업에 용인시가 부디 철퇴를 내려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양모(90)씨는 일본 도쿄의대에서 교수이자 의사로 청춘을 보낸 재일교포다. 양씨는 지난 1997년 한국으로 귀국해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약 4만평 부지를 매입했다.


양씨는 “일본에서 축적한 재산을 내 나라, 내 땅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일본의 안정된 일자리와 생활을 접고 모든 것을 정리해 한국행을 택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양씨는 의사였던 자신의 직업을 살려 해당 부지에 ‘노인복지 주택사업’을 하길 원했다.


하지만 양씨의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용인시는 1999년 양씨에게 건축허가는 내주었으나, 통상 3개월 정도면 나오는 사업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양씨는 결국 법원으로 갈 수 밖에 없었고 이후 10여년 동안 지루한 법정 싸움끝에 2011년 7월 마침내 사업승인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건물을 지을 여력이 없었다. 장기간 법정 분쟁으로 인해 많은 비용이 들어갔고, 그 동안 별다른 수익이 없었던 양씨에게는 수백억원의 빚만 남아있었다.


자력으로 노인복지 주택사업을 하고 싶었던 양씨는 이리저리 돈을 구해봤지만 더 이상의 대출도 힘들었다.


시간은 흐르고 결국 해당 부지는 지난해 10월 약 123억원의 돈을 대출해준 OSB저축은행에 법원경매로 넘어갔다. 당시 OSB저축은행은 410억원에 해당 부지를 낙찰받았다.


이 후 양씨측과 OSB저축은행간의 해당 부지에 대한 매매협상이 진행됐다. 


OSB저축은행측은 올해 5월 4일까지 자신들이 낙찰 받은 410억원에 100억원을 더한 510억원에 해당 부지를 사가길 요구했고, 양씨측은 이를 받아들여 매매절차를 진행해 갔다.


OSB저축은행은 매매절차에 있어 여러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계약금 상당액을 자신의 은행에 예치할 것, 이미 건설한 건물 등에 대한 유치권을 포기할 것, 진입로가 되는 인근 토지를 확보할 것 등이다.


하지만 매매협상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우선협상대상자 만기일인 5월4일마저 지나가버렸다.


그럼에도 양씨측과 OSB저축은행상호간의 협상은 계속 진행됐다.


이달 14일 OSB저축은행측이 매매계약서 최종안을 이메일로 보내며 20일 본계약을 체결하자고 하는 등 계약성사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OSB저축은행은 17일부터 갑자기 양씨측과의 연락을 끊었고, 19일자로 네이버 앞으로 소유권 이전을 위한 가등기를 설정해버렸다. 네이버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양씨가 제시한 510억원보다 최소 1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가등기와 함께 이 부지에 48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IDC)를 건축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아직 이 부지의 소유권을 확보한 것도 아니고 어떠한 건축 허가 신청도 넣지 않은 상태다. 이곳에 대한 개발권은 여전히 양씨측이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용인시는 네이버의 입주를 환영한다며 이른 축배를 들고 있다.


정찬민 용인시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두달 전부터 네이버와 협상을 해왔으며, 네이버의 IDC건축을 매우 환영한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양씨가 우선협상자 지위에 있었으며, 건축허가권도 쥐고 있었지만, 이미 네이버와 용인시 사이에는 대화가 끝난 상태였던 것이다.


용인시 토지계획 관계자는 지난 27일 “해당 사안은 우리 실무진선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 어떠한 허가 신청도 심지어 이미 있는 노인복지 주택사업 허가 취소 신청도 들어와 있지 않다”며 “윗선끼리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해당 부지에 IDC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으로 양씨의 노인복지주택 건축 허가권이 취소돼야 한다.


이를 두고 용인시는 오는 7월 6일 양씨측과 청문절차를 가진다. 하지만 정찬민 용인시장의 말대로라면 이미 결정된 사항을 두고 양씨측은 의미 없는 소모전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미 취소 결정을 해 놓고 형식적인 청문절차를 여는 것이다.


양씨는 “얼마 남지 않은 제 인생에 단 하나 남아있는 소망은 용인시에 노인복지를 위한 근사한 주택을 건설해 저 같은 노인들이 모여 사는 것을 보고 죽는 것이다"며 “90살이 넘은 지금에 와서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막대한 빚과 노인복지 주택 허가권뿐이다. 그러나 고국은 이마저도 뺏어 가려는듯하다”고 하소연했다.


투자금도 준비했고, 허가도 받았지만 땅이 사라져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20년 꿈도 막대한 빚더미와 함께 가물가물 멀어져가고 있다.


양씨측의 SPC를 총괄하고 있는 태원산업개발그룹글로벌 장건 대표이사도 용인시장 앞으로 탄원서를 썼다.


장 대표는 탄원서에서 "외국계 은행과 재벌의 결탁에 의한 수익사업에 용인시가 부디 철퇴를 내려주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OSB저축은행은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태도다. OSB저축은행 관계자는 "양씨측에 수차례 협상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당행과의 계약조건을 실행하지 못해 해당 부지를 네이버에 매도했다"고 책임을 양씨측에 넘겼다.


OSB저축은행은 일본 금융사인 오릭스코퍼레이션이 76.7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계 저축은행이다. 위클리오늘= 김성현 기자